본문 바로가기

마음대로글쓰기

가까운 이웃, 딱새 10

 

많은 농민들을 울상짓게 한 큰 바람이 지나갔어요.

하우스가 쓰러지고, 집기들이 날아가고, 나무가 부러지고 하는 등의 피해가 주변에 보였습니다.

이정도의 바람이야기는 꺼내기도 민망한 큰 땅의 흔들림으로 사상자가 많이 나온 여러 나라의 소식도 들리는데요.

이런 소식들을 통해 오늘을 잘 살고 있는가 돌아보게 되고, 하늘.. 햇빛... 땅.... 자연에 더욱 경외감이 들지요.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느끼게 됩니다.

 

 

저희 농원도 약간의 피해가 있었어요.

외부 천막지붕이 날아갔고, 나무들이 몇몇 쓰러졌고, 깨지고 나뒹구는 집기들.

그거 정리하는 며칠을 보냈네요.

그 어수선한 가운데 작은 생명을 발견했습니다.

한번씩 창고에서 발견하게 되는 새 둥지.

튼실하게 잘 지은 둥지 속에 포르스름한 알 여섯개가 얌전히 들어있습니다.

딱새의 알이네요.

 

 

 

나름 안전한 곳에 은신처를 정했겠지만, 이번 바람으로 인해 들통이 났으니 새들도 피해를 보게 됐네요.

둥지를 옮겨두면 어미새가 못찾아 올텐데...

다른거 다 치우고 제자리에 둔다고 해도 분명 어리둥절 할텐데... 

예전에도 공구상자 위에 둥지를 틀었길래 그 아래 둥지를 내려놓고 공구를 썼는데 잘 못찾고 헤매더라구요.

 

함께 정리하던 젊은 일꾼은 난감해 하며 화분 위에 둥지를 고이 올려 제자리에 뒀지만 마음이 안좋다고 합니다.

뜻하지 않게 가해자가 되는 것 같아서요.

그렇지요.. 그런때가 종종 있습니다.

호미질 하다 지렁이를 건드렸을 떄도 그렇고, 비오는 날 차에 밟힌 개구리를 봤을 떄도 그렇고..

생명이 가까이 공존하는 이곳에서는 그런일에 멈칫. 앗차 미안! 하는 일이 있어요.

 

 

 

어미가 둥지의 알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들여다 볼 겨를이 없는 바쁜 농촌의 봄 입니다.

딱새가 나 여기있소 걱정마시오 하고 기다려 주지도 않구요.

불편한 마음이 들면,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며... 그렇게 생명이 나고 지고 하는게 자연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또 며칠 전에는 딱새가 사무실 안으로 찾아왔어요.

요즘 날이 좋아서 문을 열어놓으니 잘못찾아 들어왔다가 깜짝 놀랐는지 얼음상태로 있더군요.

늘 멀리서 바라보며 그 소리만 느꼈었는데 반가움에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전혀 미동도 않고 가만히 있더니

뒤돌아 멀어지니 후닥닥 다시 날아가 버렸습니다.

 

 

 

종종 기분 좋은 딱새의 지저귐에 일손을 놓고 귀를 기울이기도 하지요.

그들의 언어는 몰라도 따뜻한 햇볕 아래 손끝의 흙 털며 둘러보면 봄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에

마음이 누그러 짐이 느껴집니다.

자연 속에 산다고 해도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요즘 딱새가 더 눈에 들어오네요.

흔한 텃새라는데, 도시의 이웃들은 신기해 합니다.

그렇게 작은 새는 참새 밖에 모르던 제가 이젠 새 이름도 제법 알아갑니다.

^^

 

 

 

2016봄 딱새와 자주 마주치는 오케이농원 팜누리의 일상 넉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