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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농 이야기

오케이농원 팜누리 쌍둥이 출산 후기

오케이농원 팜누리 쌍둥이 출산 후기

 

 

 

안녕하세요. 오케이농원 팜누리 정연주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꿈농에 소식을 전하네요.^^;

 

지난 7월 31일. 드디어 오케이농원에 두식구가 늘었습니다.

저희에겐 아들 밑으로 딸이 둘이나 생겼고.. 아직도 아기인 선준이에겐 엄마배가 푹 꺼지며 드디어 동생의 존재가 드러났지요.

3년 전만 해도 어머님과 팜지기 두식구였던 농원에.. 결혼하며 제가 들어오고, 선준이가 태어나고, 또 이번에 쌍둥이딸까지 태어나며 여섯식구가 되었네요.ㅎㅎ

 

37주 5일. 단태아였으면 40주를 채우고 태어나야 하는 아가들이지만, 엄마 배가 그렇게 늘어났는데도 뱃속이 좁아 2주 정도 일찍 세상에 나왔습니다.

 

태어난 다음날 신생아실에서 만난 녀석들.

 왼쪽에 눈을 빼곰이 뜬 녀석이 둘째, 정신없이 자고있는 녀석이 첫째.

 

먼저 나온 2.52kg 첫째 딸. 1분 뒤에 나온 2.62kg 둘째 딸.

참 작게 태어났습니다. 그래도 인큐베이터 안들어가고 함께 퇴원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다태아들의 제일 문제가 미숙아로 일찍 태어나는 거라 달수가 차올수록 많이 조심해야 한답니다.

저는 두번째 분만에 쌍태아들이라서 더욱 주의를 요구받았지요.


저희 부부 둘다 자연분만.. 모유수유.. 그런 자연스러운 방법의 출산육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향하지만,

쌍둥이 자연분만. 요즘 세상에는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자연분만을 권장하는 병원에서 분만의 조건이 좋은 상태에서 부모가 적극 고집해야 달성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랍니다.

때문에 고민하며 자연분만으로 우리 쌍둥이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멀리 수소문하여 대구 큰 병원까지 갔지만, 분만이 가까워오자 아가들이 거꾸로 있다는 이유로 자연분만은 토를 달지도 못하게 하여 마지막 순간에는 아쉽지만 자연분만을 단념해야 했습니다.

뭣보다 아이들이 사고없이 안전하게 태어나는것이 첫번째니까요.

 

척추마취로 정신은 멀쩡하지만 하반신 감각이 없는 상태로 아이들을 꺼내는 수술을 했습니다.

그래서 비록 수술이지만 아이들의 첫 울음소리와 함께 얼굴을 볼 수가 있었지요.

아.... 목소리도 참 가냘프고 크기도 참 작구나... 선명하게 두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순간 제일 궁금했던.. 두 딸이 일란성으로 똑같이 생겼는지.. 이란성으로 달리 생겼는지는 순간 잘 모르겠더라구요. 회복실에서 나와 신랑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이 아이들이 닮았나 안닮았나 물어보는거였지요. ㅎㅎ

일란성 같다는 신랑의 대답--

자연분만할때 신랑이 내내 옆에서 지켜주던 것과 달리 셀수없는 주사 맞으며 차가운 수술실에서 많은 의료진들에 둘러싸여야 했던 두려운 수술이 끝나고 나와 신랑 얼굴을 보니 또한 얼마나 안도가 되던지...

그런데 큰아이 자연분만때는 온몸이 터질것 같이 죽을것 같은 고통도 분만 후에는 급속도로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어 출산 후 서너시간 뒤 말짱하게 돌아와 돌아다니고 먹고 그랬었는데, 제왕절개라는 이 수술은... 수술 후 고통이 못지 않게 찾아오더군요.

마취약 후유증 생길까봐 꼼짝못하고 누워있는것도.. 물도 마시지 못하는 것도... 수술자리의 통증도.. 걸어야 하는데 허리를 펴지 못하는 것도... 또한 저는 유달리 수술 후유증이 심하게 찾아와 입원내내 먹는 것도 힘들고 몸은 팅팅 붓고 숨도 막히고 또 여기저기 통증도 찾아와 더욱 힘든 시간이었지요.

저 누워있는 사이 가뿐히 퇴원하는 자연분만 산모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역시 자연분만이 최고! 입원한 일주일이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신랑도 딸쌍둥이 아빠가 된 실감이 안난다고 하네요. 신기하기도 하고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그렇게 퇴원하고 2주되었네요. 아이들이 태어난지는 3주.

보건소에 신청하여 정부에서 지원되는 산후도우미가 와서 산후조리를 도와줍니다.

저는 셋째에다가 쌍둥이라서 3주간 도움을 받게되는데, 요즘에는 출산장려정책으로 그 외 여러가지 혜택들이 주어지네요.

물론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신청자가 드물기에 면사무소 담당공무원에 해당조례를 한참 살펴보고 알려준답니다.ㅎㅎ

 

그리고 출산 전에 아직 아기인 22개월 큰아이에 쌍둥이딸까지 태어나며 맞게 될 육아의 숙제를 도와주시고자 친정부모님까지 농원 근처로 이사를 오셨답니다.

인생 말년이 애보다 다 가버려 서글퍼진다는 주변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정붙이고 살던 울산을 떠나 딸과 사위 도와주러 오셨네요.

친정부모님.. 어려운 결심을 쉽게 해 주셨고, 유별난 더위 속에 이사하고 아이봐주신다고 고생이 많으시지요.

제가 양가 부모님 덕을 많이 봅니다.

 

요즘 엄마가 비위맞추느라 고생하는데도 신변의 변화들로 인해 표정이 잘 펴지지 않는 큰아이 선준이.

 

그런데 곧 본격 시작될 배 수확에 추석준비에 할일이 많은데 쌍둥이 보는것 보다 큰 문제는 큰아이 선준이입니다.

선준이는 동생의 존재가 아주 스트레스인지 매일 히스테리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엄마를 밀어내지도 끌어안지도 못하며 어쩔줄 몰라 동동거리며 엄마에 대한 감정이 아주 복잡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편이 바람피운것 10배의 스트레스라고 비유하는 사람이 있던데.. 정말 엄마데 대한 원망과 배신을 느끼는 듯 합니다.

안그래도 아이가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되어 어린이집도 미리적응하라고 5월부터 보내고 엄마 외의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게끔 신경을 썼는데도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네요.

그래서 저는 요즘 쌍둥이는 도우미와 친정엄마에게 맡겨두고 선준이 다독이느라 진을 빼고 사네요.

팜지기도 큰아이 다독이는데 많이 마음쓰고 있는데.. 밤새 칭얼대며 잠을 못자게 하는 통에 만성피로 달고 살고있습니다.

이거 참... 엄마 아빠되는거 그냥 아니네요.^^;

 

똑같이 생겨 아무리 관찰해도 구분하기 힘든 두 딸. 아직도 발찌 찬 애가 둘째. 안찬 애가 첫째.. 그렇게 구분. ㅎ

 

그나저나 그렇게 지내느라 중요한 숙제. 우리 쌍둥이 딸 이름지어주는 것을 못하고 있습니다.

출생 후 한달 이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하는데... 이러다 그러는거 아닌가 싶어요.

쌍둥이는 기쁨두배 고생두배라더니 이름짓는 고민도 두배네요.

이름짓는거 중요하다 생각되어 큰아이때도 고민하느라 출생 후 두달만에 이름지어 벌금내고 출생신고 했었는데...ㅎㅎ^^;

 

더위도 장마도 다 지났나 싶은데도 덥고 끈적끈적한 날이 계속되네요.

꽁꽁 싸매고 산후조리 잘 해야 나중에 탈이 없다는데

산후조리는 뒷전으로 미루고 쌍둥이 보살피고 큰아이 달래며 놀아주느라 이거 나중에 골병드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은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표가 팍팍 난다고 조심하라시는데... 더위도 정말 한 몫을 하네요.

일이주 정도 더 있다가 저도 이제 농원에 가서 일 봐야지요.

이래서 농한기에 아이를 낳을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건데... 가장 바쁠 추석시즌이라니...^^;

가족계획이 참 계획대로 안되어 이렇게 고생입니다.

 

추석 지나고 추위 오기 전 쌍둥이 녀석들 100일 전후해서 바깥에 나가도 되겠다 싶을때 꿈농 모임에서 인사드릴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이 셋을 데리고 이동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어질어질 하네요. 휴~

여섯식구 되니 당장 승용차 좌석이 부족하다는...ㅎㅎ

 

오랜만에 소식 전했습니다.

간만의 새로운 소식 - 출산소식 으로 우리땐 그랬었지.. 옛생각 즐겁게해보는 시간이셨길 바랍니다. 

힘들었던 봄, 여름이었지만.. 그래도 건강 잘 챙기며 기운내시구요~ 올 가을.. 한해농사 마무리에 보람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응원과 축하에 감사드리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동안 열심히 활동 못한거 만해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